힙지로 디저트/카페, 혜민당과 커피한약방
진작에서 저녁을 먹고
친구 딸내미들의 추천을 받아
처음 가보는 힙지로 혜민당.
네비를 손에 들고 찾아가는데도
왜 자꾸 경로를 이탈하는지...
큰길에 특별한 싸인이 없기에
긴가민가하면서
골목을 꺾어 또 꺾어 들어가니
드디어 눈에 보이는
혜민당

너 참 찾기 어렵구나!
세상에나
이런 좁은 길에 힙한 카페가 있다니...
반대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겨우 한명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디좁다.
간판부터 레트로 느낌이 물씬~
뭐 하나 새것 같은 느낌이 없다.
간판에 있는 무궁화도
옛날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느낌.
왠지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과거로 갈 것만 같은...
문에 '양과자'라고 쓰여있다.
오... 옛날 느낌 제대로임
근데 문을 열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타르트

내 맘은 이미 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맘 같아서는 한 개씩 다 먹어 보고 싶지만
주체할 수 없는 뱃살을 감안하여
1개만 먹을거얌
아 아쉬워라
내 꼭 너를 다시 찾으리.
타르트 옆으로 쿠키들도 보이고
맞은편에 일반 빵도 있다.
저녁 안 먹고 여기 와서 잔뜩 먹어볼걸...
나는야 빵순이~

뭐가 제일 잘 나가냐고 물어보니
설밤이라고...
그래서 우리도 설밤을 픽했다.
타르트 너 딱 기다리고 있어.
담에 와서 먹어줄게~
커피 주문하려고 했더니
음료는 안 판다고..
고건 몰랐네
커피한약방에서 주문한 뒤
가지고 와서 마시는 건 된다 하신다.
1층이나 2층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다고...
쟁반에 설밤 하나
소중히 들고 밖에 나와보니
맞은편에
허름하게 보이는 커피한약방.
태극기 위로 보이는 싸인에는
이곳은 옛 허준 선생님이
병자를 치료하시던 혜민서 자리입니다.
오호~
이곳이
커피한약방 입구.
크리스마스 리스가 없었으면
그냥 구린 사무실 입구처럼 보임 ㅎㅎ
벽지며 가구며 모두 낡아 보이는데
신문물인 커피 원두라...
묘하게 잘 어울리네.
우리의 설밤은 잠시 내려놓고
주문은
자개장 뒤로~
커피 한약방이니
커피 정도 마셔줘야 되는데...

나이 들어
카페인 최약체가 되었다.
오후에는 콜라도 못 마신다.
예전에는 커피를 사발로 마셔도
잠이 쏟아졌는데...
저것이 이곳의 시그니처인
필터 커피인가 보다.
작은 종이에
메뉴가 더 있다.
오가닉 티도 있고 주스도 있다.
글뤼바인?
오... 궁금한데 알콜포함이라 못 먹네
원두 가는 기계인가?
커피에 대해 뭘 알아야 말이지...ㅎㅎ
레트로 느낌 나는 소품들
눈에 익숙한 전화기와
의사 왕진 가방?
뜬금없는 조합인데...
어떻게 구했을까
그게 더 궁금.
냅킨이랑 빨대 두는 곳인데...
그 위로 천칭같이 생긴 건 뭐지?
아.. 궁금한 거 못 참는데...
주문하고
혜민당 2층에 자리 있나 가보니
이미 만석.
근데 혜민당 2층이라는 말 없이
그냥 '이층자리 있습니다'라는 싸인뿐인데...
내 친구는
저기가 혜민당 2층인지
어찌 저리 잘 알까?
역시 감각이 있는 사람은 다르군.
그래서 커피한약방 2층으로...
여기도 역시나
커피한약방 2층이라는 싸인은 없고
'을지로 삘딍'이라는 낡은 간판뿐.
다른 사무실로 잘못 들어가는 줄 알고
붙잡을 뻔했는데

졸졸 따라가길 잘했다.
오 여기는 흘낏 봐도 자리가 많다.
내 친구는
설밤 담긴 쟁반 들고
동작이 참 빠르다.
난 따라가랴 사진 찍으랴
허둥지둥 쫓아가기 바쁨
한약방에나 있을 법한
약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한약 냄새가 막 폴폴 날 것 같다.
예전에
한약 냄새 많이 나는 곳에서 살았었는데...
약장 위로
약장이랑 어울리진 않지만
눈에 익숙한 턴테이블.
요즘 친구들은
저게 뭔지 알까?
옛날 집에는 저런 자개장이 꼭 있었지
크고 무겁고 번쩍거리는...
화장실 입구에도
자개 장식을...
옛날에 자개는 고급진 느낌 아니었나?
풍금같이 생겼는데...
풍금인가?
천장 장식까지 다 둘러보고 나니
진동벨이 울린다.
오 자세히 보니
커피한약방 밑으로 한문이?
coffee는 영어인데
무슨 한자를 썼을까 궁금해서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가배한약방

커피 가(咖)와 코 고는 소리 배(啡)를 써서
중국어로 커피를 표시한다고...
그러고 보니
미스터션사인에서
'가배'마신다고 했었지!
주문한 커피와
오곡 라테가 나왔다.
아는 맛.
달달한 미숫가루보다
좀 더 고급진 맛 ㅎㅎ
우리가 주문한 설밤 속에는
알밤이 똭!
그래서 이름이 설밤이구나 ㅋㅋ
가장자리로
코코넛 부스러기?
아.. 나이가 드니
표현하고 싶은 단어도 생각이 안 남 ㅠㅠ
코코넛 맛도 나고
밤 맛도 나고
밑에는 쿠키 느낌 나는
바삭한 것이 깔려있다.
맛은 말해 뭐해...
나 달달구리한 거 다 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