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평촌 도심 갤러리 (APAP 평촌 투어)

카르페.디엠 2022. 11. 18. 00:38

나들이 날: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공공예술의 메카 안양에 다녀오고 나서
내 삶이 약간 고급져진 것 같다.

미술관에나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예술 작품을
평촌 도심에서
그것도 눈부시게 이쁜 가을날에
해설사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투어 시작하러
평촌 중앙공원으로 가는 길...
평촌은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해설사 선생님을 만나
소형 라디오처럼 생긴 것을 받는다.
수신기라는데 저건 목에 걸고


수신기에 이어폰 잭을 꽂고


귀에 부착한다.
이렇게 큰 이어폰을
귀에 다는 거 처음 경험해 봄 ㅎㅎ
왠지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듯...


오늘 APAP 평촌 투어를 진행해 주신
도슨트 이선경 선생님.
설명을 조곤조곤
알기 쉽게 귀에 쏙쏙

APAP는
안양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
ANYANG PUBLIC ART PROJECT)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영문 약자이다.

2005년부터 진행되어 온
안양의 공공예술축제라고 한다.

안양의 역사·문화·지형·개발 등에 영감을 얻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라고...


첫 번째 작품은
리크리트 티라바니트 작가의 무제 2007(티하우스)


지붕이 나무껍질로 만든 너와집처럼 보이길래
작가가 한국분인 줄 알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태국 작가라고 한다.

티하우스.
동양의 '다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명상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고...

평촌에 설치된 티하우스


작가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 전시를 할 때
전시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공공예술 속에서 먹고 마시고
서로 소통하는 관계를 중요시 여겼다고...

티하우스가 처음 설치되었을 때
실제로 차를 마시는 이벤트를 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한옥 형태의 티하우스를 만들어 준 것처럼
이탈리아에겐
정육면체 모양의 티하우스를 설치해 주었다.
그 나라에 각각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시나 보다.

이탈리아에 설치 된 티하우스


오~ 예술 작품인데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없애 버린 건가?


티하우스 내부는
4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어지러울 수 있다.
다행히 서 있는 공간은
좁지만 평지이다.

작가분에게 45도 경사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아.. 아까 물어볼걸


티하우스 도면을 보여주시면서 설명해 주셨는데
지하로 철심이 박혀 있다고 했던가...
에구 설명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다 ㅠㅠ


티하우스를 뒤로 하고 돌아보면
커다란 초록색 박스가 보이는데
이것도
공동구 환기구를 활용한
예술 작품이라고...


길 건너에 커다라 꽃나무{?)가 보인다.
무궁화 같이 보이지만
은행나무 잎을 가지고 있는
좀 묘한 꽃


높이가 8미터라
고개 들고 올려 보지 않으면
전봇대로 오인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작품 밑부분에
광고를 붙여 놓아서
도슨트 선생님이 떼심 ㅠㅠ


두 번째 작품은
안젤라 블록 작가의 헌화

꽃잎은 북한의 국화인 목란
가운데 수술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무궁화
잎은 안양의 시목인 은행나무의 잎
줄기는 강인함을 상징하는 민들레


작가는 이 작품을 구상하며
독일이 무혈 시위로 평화통일을 이룬 것처럼
한국도 평화통일이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국, 북한, 안양의 상징을 모두 사용하여
세상에 없는 혼종의 꽃을 헌화하였다고...

의미를 듣고 보니
너무 멋있는 꽃이다!


세 번째 작품은
게리 웹 작가의 루킹타워

430개의 거울을 엇갈리게 쌓아 올린
10미터 높이의 탑이라고
표지판에 설명되어 있다.


한 면에 거울이 3개씩 16칸
팔각기둥이니까 3 X 16 X 8
430개가 아닌데?

에이... 그거이 뭣이 중해...

거울이 각기 다른 각도로
다양한 도시의 표정을 비추고
우리의 모습 또한 다양하게 비친다는 게
뽀인트!


네 번째 작품은
리암 길릭 작가의
안양 광장을 위한 사회적 구조물의 제안


평촌이란 도시가 네모 반듯하게 구획되어
도로나 건축물에서
직선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을 반영해서 만든
추상 작품이라고...


추상 작품은
관람자의 해석이 자유롭게 묻어 나서 좋다.

나는
어린 시절 운동장에 놓여 있던
정글짐이 떠올랐고

누군가는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떠오른다고...

작품은
벤치가 있어
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상징적인 광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작품은...

저거 아니니?
건물에 붙은 동그란 거?

이젠 공공예술 작품이 눈에 팍팍 들어온다.

존 암리더 작가의 무제


동그란 조명 33개가 앞과 양옆에 나누어져
시의회 건물에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시의회와 지역 주민들 간에
교감하는 장치로 조명을 설치한 것이라고...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사진을 보여주신다.


여섯 번째 작품은
마이 투 페레 작가의 형형색색의 바위들

세 개의 바위로 구성된 추상 작품인데
공공예술 작품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만지고 앉아보고 느껴볼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이 설치될 환경을 반영하여
시민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작품이 배경에 묻히길 바라며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한다.


멀리서 볼 때는
페이트 칠한 건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모자이크 타일 조각들이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한 것들이라고...


작품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행복과 성공을 기원하는
동양의 수석문화가 잘 드러나는 것 같기도...


일찍이 보았던 초록색 박스와 더불어
중간에 보았던 빨간 박스.


그리고 중앙분리대 위에 파란 박스

모두 평촌대로를 따라 설치된
여섯 개의 공동구 환기구를 이용한 작품
마크 앤 뒤크 뢰베트 형제 작가의 에너지 박스이다.

전선, 통신, 상하수도 시설 같은 것들을
모두 땅 속에 묻어
공동구의 환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치물인데
조각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그리고 주변 환경을 반영하여
각기 다른 색으로 만들었다.


여덟 번째 작품은
박신자 작가의 특별한 휴
이것 역시 공동구 환기구를 이용한 작품이다.


인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는 공동구 환기구를
보행자의 휴식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공업용 파이프를 주변 공간으로 확장해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였다고...


작가의 많은 고민과 배려가 느껴졌다.


아홉 번째 작품은
다니엘 뷔렌의 오색찬란한 하늘 아래 산책길


작가가 안양을 방문하여
작품 설치 장소를 찾고 있을 때
아파트 사이에 난 이 산책길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때는 넝쿨장미와 구조물이 있었다고 한다.


기존의 구조물과 비슷하지만
지붕을 투명한 색색의 유리로 만들어
볕이 좋은 날에는
지면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까지
오색찬란하게 물들인다고..

공공예술 작품 하나하나에
이런 깊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있다니
또 한 번 놀랍다.



둥근 형태의 지붕은
비가 올 때 빗물이 흘러내려
자연적으로 청소가 되기도 한다.

다니엘 뷔렌의 시그니처는
별 의미는 없지만
시각적 도구로 사용되는
검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줄무늬이다.

시각적 도구를 통해
관람자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건축 구조물을 눈에 띄게 만든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 설치된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두 개의 고원'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 기둥이
특징 있게 잘 나타난다.
줄무늬 폭이 항상 8.7cm라고...


산책길 옆으로 눈을 돌리니
나무에 매미가 탈피하고 난 껍질이 잔뜩 붙어 있다.


너네도 작품을 남기고 갔구나~


열 번째 작품은
야요이 쿠사마 작가의 헬로, 안양 위드 러브


물방울무늬로 뒤덮은
약 3m 높이의 커다란 꽃과 다섯 마리의 강아지.


물방울무늬가 시그니처인 작가
오~ 나 석파정에서 노란 호박 본 적 있는데...


강박적인 점 사용은
작가의 성장과정에서 겪은
불안함과 환각증세의 결과로 시작되었다고...
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면서 치료를 했다고 한다.


작가가 작품 의뢰를 받고
꿈을 꾸었는데
강아지 다섯 마리가 뛰어놀고
꽃 한 송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로 써서
작품 스케치와 함께 보내왔다고...

내가 의기소침했을 때
다양한 색으로 밝게 빛나는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과
나는 꿈나라와 같은 안양에 왔습니다.

역시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니까
작품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애정이 생긴다.


평촌 신도시 곳곳에 있는
공공예술작품 10개를 보았다.

투어 시간은 80분 정도로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고
야외에 설치된 공공예술 작품을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일상의 공간인 도시를 색다른 방식으로
부담 없이 즐기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너무 즐거워하자
안양 예술공원에서 진행하는
APAP 작품 투어도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주신
도슨트 안은선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