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서울 단풍 명소 석파정

카르페.디엠 2022. 11. 14. 23:09

나들이 날: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한국에 살면서
여태 석파정을 모르고 살았다니...
그동안 뭘 했나 싶다.
도심 속에 (종로구 부암동)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니...
흥선대원군이 정말 탐을 낼 만하다.
11월 첫째주가 단풍 절정이라 생각하고
지난주에 창덕궁 후원을 다녀왔는데...
석파정을 보니
지금이 완전 절정인 것 같다.
나 완전 운 좋음!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이다.
별서는 별장의 일종인데
잠깐 쉬었다 가는 별장과 달리
비교적 오랫동안 거주하는 공간이라고...

예전에는 석파정만 관람이 허용되었으나
지금은 석파정/서울미술관 통합입장권을
15000원(성인)에 구매해야지만
관람이 가능하다.
https://seoulmuseum.org/%EA%B4%80%EB%9E%8C%EC%95%88%EB%82%B4

 

석파정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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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museum.org


우리는 서울미술관을 먼저 관람하고
미술관 4층을 통해 석파정으로...


물과 구름이 감싸 안은 집이라..
설명부터가 너무 오버 아닌가
의심 반 관심 반으로 입장...


석파정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오.. 나도 고종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됨


어딜 먼저 둘러봐야 할지..
일단
감나무 밑에 보이는 안내도부터 보고


파란 선이 넓고 큰길인데..
우리는 별채 뒤로 돌아 올라감


일단 사람이 없는 길 부터 먼저 찜!


별서는 사랑채, 안채, 별채, 정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게 안채인가 보다.


올라가 보니
설명도 없는 거대한 작품이 있는데..
친구 말로는 설치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 사람의 작품이라고..
찾아보니 쿠사마 야요이의 Yellow Pumpkin.
석파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 같은데...
서울미술관에서 석파정을 운영한다니
어쩔 수 없지...


그 옆에는
김태수 작가님의 ECO FLOW - Singing Nature
씨앗에서 잎, 잎에서 꽃, 꽃에서 열매로
생장해 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뭐든 풍성한 게 보기 좋구나
초입에 있던 감나무는 잎이 무성하던데...
감만 대롱대롱 달려 있는 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목인 박물관에서 많이 보던
석상 아냐?
자주 보니 반갑다.


억새인지 갈대인지...
많지도 않은데
단풍들 사이로
존재감 확실함.


별채는 위에 있어서
올라가는 길이 좀 힘들 수 있지만...


내려다보는 뷰가
모든 것을 잊게 함.


담벼락은
이쁘긴 한데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아쉽다.
별채 입구인가
높이가 낮아서
'머리 조심'이라는 싸인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키가 많이 작았나...


별채 툇마루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면서
풍광을 즐기고 계신다.
별채 방 안에는 못 들어가지만
툇마루에는 신발 벗고 앉을 수 있나 보다.


별채는
고종황제가 석파정에 행차하셨을 때
기거하시던 곳이라 한다.
조망이 탁월하고
외부와의 차단이 자연스럽다고...


저 멀리
현대식 건물이 빼곡하다.
고종이 여기서 바라보던
풍경은 어땠을까?


별채 아래를 보니
안채가 보인다.
단지도 있고...
에어컨 실외기가 방마다 붙어 있다.
누군가 살고 있는 건가?
나는
아직 호기심이 많은 나이다.


생긴 건 빨간 단풍이랑 똑같은데
너만 어찌
초록 초록하니...
줏대 있어 보여 멋있다.


별채를 나서니
입이 딱 벌어진다.
오.. 이건 이쁜 게 아니라
근육질 잘생긴 단풍이다.


뒤태도 멋있다.


석파정은 처음부터 흥선대원군이 소유한 게 아니었다.
조선 후기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별장이었는데
대원군이 석파정의 풍경에 감탄하여
매매를 제안하였고 계속 거절당하자
고종을 행차케 하여 하룻밤 묵게 하였다.
임금이 기거한 곳에 신하가 살 수 없다 하여
그 소유를 포기케 하였다고...
이렇게 이쁘니 욕심을 부릴 수밖에...


별채를 나와서도
산책길을 따라 계속 오르막만 나오는데
담벼락에
볼거리가 있어
즐겁다.
이중섭의 <황소>도 보이고...
미술에 까막눈이어도
황소는 알지^^
교과서에 나왔었거든...


운보 김기창의 <태양을 먹은 새>
이건 막 찾아봤다.
벽화로 그릴 정도면
엄청 유명한 걸 테니까
알아놔야지...
구글 렌즈가 그림을 인식 못해서
운보의 공작으로 찾았더니 나올 리가 있나...
제목이 <태양을 먹은 새>일 줄은...


김환기의 <섬 스케치>
이것도 찾아보고 알아낸 것
난 작품명이
가족..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 보고 이름 맞추는 것도 재미남.


벽화가 좋긴 한데...

벽화 밑에서 영문도 모르고
페인트 뒤집어쓴
얘네들은
숨 막혀서 어쩌니.
잎에도 숨구멍 있는데...


산책로가 힘들어도
군데군데
벤치가 있어 쉬엄쉬엄
느린 산보를 하면 된다.


단풍에 눈이 팔려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니
저 멀리
희끄무리한 바위산이 보인다.


계속 알록달록한 것만 보다가
색다른 바위산이 나타나니
반갑다.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내 앞을 가로막은 단풍을
막 훠이훠이 헤집고 싶다.


이것이 코끼리처럼 보인다는
너럭바위

단풍색이 어쩜
이리도 다양하고 화려한지...
코끼리가 기가 죽어
어물쩡 대고 있는 것 같다.


너럭바위에서 돌아 나오면
조그만 정자가 나타난다.
유수성중관풍루(流水聲中觀楓樓)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화사한 단풍을 구경하는 정자라는 뜻.
다음에 방문하더라도
이름은 기억 못 할 듯...


정자를 뒤로 하고 내려가는 길
단풍이
정말 곱다.


소나무가
초록초록하게 받쳐 주니
석파정이 더 화려하게 보인다.
우리도
저마다 색이 다르니
서로 어우러질 때
각자가 돋보이는 거겠지?


삼계동각자와 거북바위
부근에 세 개의 냇물이 모여 흘러들어
그 뜻을 담아
이곳을 삼계동이라 불렀다고 한다.


삼계동을 뒤로하고
걸어 내려가다 보면
사랑채 서쪽에
20평이 넘는 그늘을 자랑하는 압도적 크기의
천세송이 보인다.


웅장하다기보다는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넘어질 것 같은
할아버지가 연상되어
짠해 보였다.


천세송 옆으로 보이는
사랑채
주로 바깥 주인이 거쳐하면서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라고...


별채에서 내려다본 사랑채


사랑채 옆으로 붙어 있는
안채.
안채는 여성과 가족들의 공간이라고...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난 문을 열면
별채로 올라가나 보다.
사랑채 안채 구분은 왜 한 거지?
조선 전기만 해도 사랑채 안채 구분이 없었다고 하던데...


사랑채 안채 앞으로는
작은 개울이 있다.
유수성중관풍루라는 정자를 지나
계속 물이 흘러내려온다.


신라시대 삼층석탑까지 보면
다 둘러본 셈


그렇게 크진 않지만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면서
1시간 정도 둘러본 것 같다.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 한 컷 더!


정말 이쁜 가을 풍경을 봤다.
비예보가 있어서 집에만 있었다면
못 봤을 풍경인데...
집 나서길 정말 잘했다.
그래!
뭔가를 얻으려면
가만있으면 안 된다.
봄엔 또 어떤 모습일지...
부지런히 움직여봐야겠다.